강화도의 비극을 품은 왕족 묘역
이선봉 묘역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오래된 비석 몇 기가 조용히 서 있습니다. 이곳은 한 왕족 집안의 무덤이 모인 자리입니다. 이 묘역에는 슬프고도 단단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함께 천천히 들어 보시겠어요?
묘역의 주인은 이선봉입니다. 조선 성종의 열두째 아들인 무산군의 손자입니다. 나라에 공을 세워 순평군이라는 작호를 받았습니다. 그의 부인도 현부인이라는 칭호에 올랐습니다. 이선봉은 부평 땅, 지금의 동양동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들 이필혐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한성판관을 지냈습니다.
평온하던 집안에 큰 시련이 닥친 것은 병자호란 때입니다. 가족은 난리를 피해 강화도로 몸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청나라 군사가 강화도에 상륙했습니다. 군사들은 닥치는 대로 백성을 해쳤다고 합니다. 이때 엄 씨는 적에게 욕을 당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했습니다.
며느리 구 씨도 시어머니의 뒤를 따랐습니다. 어린 여자종의 치마폭에 유서를 써넣은 뒤였습니다. 훗날 이 일이 알려지자 나라에서는 두 고부에게 열녀정려를 내렸습니다. 그 뜻을 기리던 열녀문은 지금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묘역에는 순평군의 묘와 영월 엄 씨, 능선 구 씨의 묘가 함께 있습니다. 묘비와 문인석, 망주석도 당시에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망주석은 무덤 앞 양쪽에 세우는 돌기둥입니다. 그런데 구 씨의 무덤에는 시신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끝내 찾지 못해 남은 신발과 유서를 쓴 치마폭을 묻었다고 합니다.
구 씨의 묘 앞에서 잠시 머물러 보세요. 그 안에 신발과 치마폭이 묻혀 있다고 생각하면 봉분이 다르게 보일 겁니다. 짧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 보셔도 좋겠습니다.
방문 팁
- · 후손이 돌보는 무덤이니 봉분이나 석물에 올라가거나 기대지 마세요.
- · 묘비와 문인석, 망주석이 놓인 자리를 함께 보면 조선 묘역의 기본 배치를 익힐 수 있습니다.
- 주소
- 인천광역시 계양구 둥그재산길 35 (동양동, 인천동양근린공원)
- 지정
- 시도기념물
기본 정보 출처: 국가유산청. 도슨트 원고는 펜션라이프가 출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검수했습니다.




